조선일보를 읽다고 공감이 가는 글이 있어
같이 공유하고자 올립니다.

-김덕윤 기자의 줌마병법-

저는 지금 중국 다롄에 와 있습니다. 랴오닝성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고
인구가 자그마치 600만명입니다. 중국출장은 처음이여거 떠나기 전부터
이런저런 '주의사항'을 들었습니다.
'여권은 속옷에 넣고 다녀라' '릴거리에서 파는 과일은 사먹지 마라'
'칸막이 없는 화장실도 있느니...' ' 중국사람은 눈알도 빼가니 정신
바짝 차리고 다니라'는 무시무시란 주의도 들었는데, 중국 문간 앞에도 안
가보신 저희 시어머님의 말씀입니다.
그런데 공항약국에서 한 보따리 산 지사제, 모기퇴치제가 무색할 만큼
다롄의 풍격은 게련되고 활기차고 풍요로왔습니다.
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고층빌딩과 공장들이 들어서고, 50여개 광장은 젋은
이들의 공연과 신제품 프로모션 쇼로 매일 밤 들썩입니다.
다롄항을 끼고 도는 해변도로는 동물원까지 갖춘 테마파크여서 가족 인파로 북적
입니다. 중국 사람은 납이 든 게를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, 다롄의 생선은 달고
싱싱했습니다.
이곳의 또 하나의 매력은 여성입니다. 중국 최고의 모델학교가 있어서가
아닙니다.. 오히려 쭉쭉빵빵한 처녀들보다 저를 감동시칸 사람은 펑퍼짐하고 당찬
다롄의 아줌마들이였습니다. 크레인기사, 교통경찰, 전차운전수 등 남성용
직업군을 모두 꿰차고 앉아 있는 아줌마 군단이 어찌 그리 멋있던지요.
안마사인 양회이쩐 씨는 잊혀지지 않습니다. 사려 깊으면서도 북방 여자 특유의
낙천성을 지닌 맞벌이 여성인데, 그녀에게 장난삼아 물었습니다. "집안일 나 몰라라
하는 남편은 어떻게 혼내줍니까?" 그러자 이 여성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.
"글쎄요. 다롄의 남자들은 부인보다 일찍 퇴근하면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 하는걸 당연히
생각하니 다툴일이 없습니다.." 열일곱 살 아들이 있대서 또 물었습니다. " 엄마가 늦게
퇴근하면 아들이 싫어하지 않나요?" " 자고 있을텐데요 뭐. 아이들은 독립적으로
키워야 잘 크죠. 어느땐 밥도 해놔요."
진짜 공주는 바로 중국에 있었습니다. 소황제라 불라는 아이들도 친할머니 외할머니가
서로 키워주려고 경쟁한다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요? 마지막으로 하나
더 물었습니다.
" 그런데 양말을 벗어 세탁기에 안 넣고 그 자리 그대로 놔두는 남편, 그까짓 집안일
좀 하는것 가지고 유세 부린다며 타박하는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?" 고민할 필요도
없다는 듯 그녀는 아주 호쾌한 답을 내려주었습니다. " 밤에 잘때 남편의 입에 양말을
집어 놓으세요. 집안일 안하면 밥도 주지 마세요/"
함께 웃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날아갔습니다. 제발 남편이 설거지하는 뒷모습을
안쓰러워하지 말라고, 걸레질이 얼마나 코통스럽고도 성스러운 노동인지 남자들도
무릎을 꿇어 봐야 깨닫는다고, 중국 언니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.